4막 3장의 인생

유대인들은 탈무드와 함께 [미드라쉬] 를 소중히 여긴다. 탈무드에는 수천 년에 걸친 인생의 지혜가 담겨져 있고, [미드라쉬] 에는 자녀들에게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미드라쉬] 에는 이런 이야기가 하나 있다. 어떤 아버지와 아들이 사막을 여행하고 있었다. 사막은 그야말로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이는 폭염 자체였다.

아직도 갈길은 먼데 함께 동행하던 어린 아들이 아버지에게 울부짖으며 말한다. “아버지, 더는 못 견디겠어요. 차라리 죽어 버리는 게 낫겠어요.” 아버지가 무더위에 지쳐 쓰러진 아들을 부등켜 안고 말한다. “아들아, 저기 무덤이 보이는구나. 조금만 더 참고 견뎌라. 머지않아 곧 동네가 나타날거야.”

아버지의 말대로 조금 후에 사람들이 사는 동네로 들어섰다.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동네 밖에다 묘지를 만들었다. 그래서 사막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묘지는 곧 동네가 가깝다는 희망의  표지였다.

이처럼 유대인에게 무덤은 죽음이 아니었다. 희망의 상징이었다. 유대인들의 자녀 교육은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야기로 마쳐진다. 단지 이야기만이 아니다. 사막은 단지 뜨거운 땡볕만이 아니라 타는 목마름도 있고, 때로는 맹수의 위험도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의 극한 환경은 절망 그 자체이고 지옥이다. 거기다 모래먼지가 눈을 덮고, 배는 고프다. 사막과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자녀들에게 부모는 잠언 교육을 한다.

“사막을 건너는 건 용맹한 사자가 아니라 못 생긴 낙타란다.” 그 한마디가 자녀들에겐 삶의 나침반이 되고 네비게이션이 된다. 고대인들은 사막인생을 잘 살아내는 방법으로 인생을 사등분해서 찾아냈다.

태어나서 25세 까지를 학습기(學習期)라 하고, 25~50세 까지는 가주기(家住期)라 하여 가정을 꾸미고 사회적 의무를 수행하는 시기다. 그 다음이 임서기(林棲期)인데 자신의 구원을 위한 투자와 엄격한 금욕, 세상에 대한 집착을 끊는 연습을 하는 시기다. 이른바 단사리(斷捨離)해야 하는 시기다.

인생 마지막이 유랑기(流浪期)이다. 이 때는 세상을 정리하는 시기이다. 우리 인생을 연극에 비유하자면 ‘4막 인생’이 된다. 1막은 ‘배움의 시간’ 2막은 ‘채움의 언덕’ 3막은 ‘나눔의 공간’ 4막은 ‘비움의 순간’ 이다.

인생 4막에서 3장(葬)이 열린다. 3장은 상례, 장례에 관련된 장지(葬地), 장례(葬禮), 장후(葬後)다. 세계에서도 이장(移葬)이 다반사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장례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이라 대부분 장례지도사가 하는대로 끌려다닌다. 장후는 더 심각하다. 유산배분, 장례비용 결산이 가족 갈등을 일으켜 형제간에 원수로 갈라서기도 한다.

장례 노동 후유증에다 그간 쌓였던 감정들이 폭발하는 것이다. 볼썽사나운 꼴이 연출되어 상(喪)당했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떻게하면 ‘4막 3장’의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인생은 계획한대로”란 말이 있다. 신혼 설계를 하느라 신혼여행은 하는데 막상 죽음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다. 그래서 인생은 막장에서 꼬인다. 그러므로 죽음에 대하여 막연하게 미루어 둘 일이 아니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

‘사전 연명 의료의향서’ ‘천국환송 사전의향서’ ‘기부금 기부(헌금)의향서’ 작성은 기본이다. 서울대 종양내과 김범석 교수는 “입시와 결혼처럼 죽음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자신이 시한부 삶이 된다면 주변 정리에 6개월은 필요할 것 같다.  죽음을 부정하고 터부시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대학입시에는 초.중.고 12년, 그리고 결혼도 몇달씩 준비하는데 예고된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한부 인생이 어찌 말기암(4기암)환자 뿐이랴!

신앙의 발판 여덟 번째, 우리는 시한부 인생이다.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9:27)” 그렇다.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이요, 죽음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전도자들도 죽음을 준비해야 된다. 인생이 ‘4막 인생이 될지 ‘사막(沙漠) 인생’으로 끝날지는 죽음에 대한 계획에 달려 있다. 인생을 3막까지 아주 훌륭하게 살았을지라도 4막이 잘못되면 그야말로 사막(沙漠)인생이 되고 만다.

※註(주)

*미드라쉬(Midrash)- 고대 팔레스타인의 랍비학교에서 기원된 성경주석에 붙여진 명칭.

‘찾다. 조사하다’의 뜻인 히브리어 ‘드라쉬’에서 유래한 말로 성경해석 및 그 내용을 담고 있다.

*단사리-斷(끊을단) 捨(버릴사) 離(떠날리)로 끊고, 버리고, 떠난다는 뜻이다. 즉 복음이 아닌것 우상, 종교, 미신, 철학, 전통, 선행, 봉사, 사상, 이념, 상처 등 불필요하게 잘못 각인된 것에서 끊고, 버리고, 떠나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