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후(葬後), 남겨 놓아야 할 가장 값진 유산

먼저, 어느 시인의 《책갈피》라는 제목의 시(詩) 한 편을 감상해 보자.

아흔의 어머니

임종의 머리맡

평생 읽으시던 성경책 책갈피 끼어 있어

마지막으로 읽으신 말씀펴보니

빨간 색연필로 밑줄 쳐 놓으신 말씀

‘나는 선한 싸움을 다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딤후4:7)

아하, 어머니 한 평생은 선한 싸움이었구나…(중략)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딤후4:8)

아아, 의의면류관 쓰신 어머니

천국 가시는 영광의 길 보이네

우리 또한 열심히 싸우며 가야 할

그 길

눈 앞에 오롯이 보이네

성경책을 읽다가 우리는 밑줄을 긋는다. 어떤 때는 빨강, 노랑, 파랑 아니 ‘빨,주,노,초,파,남,보’ 색깔별로 색연필 혹은 형광색으로 형형색색 물을 들인다. 그것도 모자라 어떤때는 동그라미도 치고, 부호도 새겨 넣고 그러다가 여백에 메모도 남긴다.

만일 루터나 칼뱅이 소장했던 성경책이 유산으로 남아 있다면 그 가치는 얼마나 될까? 만약에 부모나 조부모가 평생 읽었던 눈물로 얼룩진 낡은 성경책이 있다면 후대에게는 더 없는 최고의 유산이 아닐까? 집문서, 땅문서, 동산, 부동산이 아니다. 낡은 성경책 속에는 추억의 유산이 있다. 관계의 유산, 리더십의 유산, 습관의 유산, 건강의 유산도 있다.

자녀와 후대에게 남길 수 있는 장후(葬後)를 가장 멋지게 장식할 삶의 헌장은 아마도 부모의 유언장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유언장 작성 비율은 3~5%에 불과해 미국의 55%에 비하면 비교가 안된다. 일본의 작가 ‘카주미 야마구치’ 는 <중년, 꼭 한 번은 유언장을 써라> 에서 이렇게 충고한다. “유언장이 비단 남겨진 이들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유언장 작성이 인생의 중간 결산이자 남은 절반의 인생을 한층 더 멋지고 뜻 깊게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해볼 만한 일이다.”

유언장은 자신의 삶에 생기를 불어 넣는 삶의 활력소다. 되는대로 살다가 죽음을 당하는 것이 아닌, 죽음을 준비하면서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에게 오늘은 남은 날의 첫째날이 되고 앞으로 살아갈 날의 가장 젊은 날이 될 것이다. 나그네 인생으로 ‘언약의 여정’ 을 살아가는 우리 전도자들은 자녀와 후대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질문하고 질문하며 고민하고 고민해야 된다.

나는 이른 새벽에 가장 먼저 성경을 필사한다. 성경필사는 내가 찾아낸 성경을 정독하는 방법이요,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하나님의 뜻을 찾아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세편의 글을 쓴다. 복음칼럼, 복음편지, 그리고 기독교 장례에 관한 글이다. 이를 위해 나는 다른 것은 가차없이 단사리 (斷:끊을단,  捨:버릴사, 離:떠날리 – 즉 불 필요한 것은 끊고, 버리고, 떠난다는 뜻)한다.

이런 일로 이미 내 성경은 빨,주,노,초, 파,남,보의 무지개 색깔로 물들어 있다. 이런 것들이 모두 내 인생의 작품이요, 기념비요, 후대에 남길 유산이다.

※註(주)

*루터(Martin Luther): 독일의 종교개혁자, 신학자로 로마캐톨릭의 면죄부 판매에 맞서 ’95개조 논제를 발표하여 교황에 맞서 종교개혁의 발단이 되었으며 신약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하였고, ‘루터파 교회’ 를 성립하였다.

*칼뱅(Calvin, Jean ):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개혁자로 개혁주의 신앙과 신학을 수립하였고, <기독교강요>를 저술하였으며 장로교회를 창설한 프랑스 출신의 종교개혁자이자 신학자이다.

《기도제목》

  1. 이 땅에 올바른 ‘기독교 장례문화’ 가 뿌리내리게 하옵소서
  2. 모든 신학대학과 신학교에 ‘기독교 장례 지도과’가 신설되게 하옵소서
  3. 수도권 지역에 묘지공원으로 사용될 10만평 규모의 땅이 마련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