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과 슬픔을 ‘공감’하는 가슴

IMF가 터진 1997년 추운 겨울, 모든 것을 잃은 사내가 있었다. 꽤 잘 나가던 중소 기업인이었으나 연쇄 부도를 맞는 바람에 회사도 집도 모두 다 잃었다. 이제 그의 주변에는 회사 간부도, 종업원도 그리고 사랑하던 처 자식도 없었다. 모두가 그를 버리고 다 떠나버린 것이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갈곳이 없어 처음에는 친지(親知)집을 떠돌았다.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는 동안에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아, 인생이란 이렇게 하루 아침에 무너질수도 있는 것이로구나…..’ 어느날 용산역으로 나가보니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IMF 여파로 이 곳도 아귀다툼이었다. 그는 번번이  무료배식 순서를 빼앗겨 끼니를 수차례 거르기도 해야 했다. 굶주림에 지친 그는 어쩔수 없이 동냥에 나섰다. 그러나 행인들은 반응이 싸늘했다. 어쩌다 동전 몇 푼을 얻어 친지들에게 전화를 걸면 상대방은 곧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지친 그는 이제 더 이상 구차하게 살고 싶지 않았다.

영하15°C가 넘는 한파가 몰아 치던날 아침, 추위와 허기에 지쳐 역 주변의 식당 문을 두드렸다.

”너무 배가 고파요, 찬밥이라도 한술 주세요….”

그러나 그를 본 주인 남자는 ”아침 개시부터 재수 없게시리, 저리 꺼져!” 하는 고함소리와 함께 밥 대신 찬물 세례를 퍼 부었다. 다음 집도, 또 다음 집도 마찬가지였다. 그 엄동설한에 옷에 줄줄 흘러내리는 물은 곧 고드름으로 변해 버렸다. 드디어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서고 가슴은 분노로 가득찼다.

”에잇!  이 개 같은 세상 다 불질러 버리고 나도 죽자!” 그는 주변 상가를 다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래서 석유나 시너를 구하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순간 한 허름한 국수집이 눈에 들어 왔다. 주인 할머니가 큰 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를 건져 올리고 있었다. 참으로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3일간이나 굶은 그는 돈도 없이 무작정 국수 집에 뛰어 들어갔다.

안 주면 주인 목을 졸라서라도 빼앗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식당주인 할머니는 순순히 말없이 듬뿍 담은 국수 한 그릇을 가져왔다. 허겁지겁 단숨에 먹어치운 그가 한그릇을 더 달라고 하자 할머니는 아까보다 더 많이 담아 갖다 주었다. 실로 오랜만에 포만감이 들었다. 순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국수 값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할 수 없었다. 그는 문을 활짝 열고 줄행랑을 쳤다.

차도를 가로질러 냅다 뛰고있는데 할머니가 소리쳤다. ”괜찮아, 뛰지마, 다쳐!” 순간 그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그것은 국수집 할머니가 아닌 바로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힐끗 뒤를 돌아보니 식당 할머니가 도로변까지 쫒아 나와 안쓰럽게 이 쪽을 바라보며 잘 가라고 손 까지 흔들고 있었다.

‘밥값도 안내고 도망가는 이, 나쁜놈아!’하고 소리칠줄 알았는데 도리어 자신을 자식같이 염려해 주는 국수집 할머니…..! !

순간 그의 마음속에는 뜨거운 무엇이 치밀어 올라왔다. 그 후 그는 어찌 어찌하여 중남미 파라과이까지 가서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해 돌아왔다.  그가 바로 사업가 김영석씨다. 돌아온 그는 당연히 삼각지 ‘옛집 국수’를 찾아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이처럼

*공감하는 말 한마디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위로하는 말 한마디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수 있다.

*격려하는 말 한마디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수 있다.

그리고 세상을 바꿀수도 있다. ‘괜찮아, 뛰지마, 다쳐!’ 다 지나갈거야! 우리가 지금 당하고 있는 어려움은 얼마후 다 지나갈거다. 질병의 고통도, 경제적 어려움도, 코로나 역병도, 부모를 잃은 슬픔도, 자식을 잃은 슬픔도, 혹 배우자를 잃은 슬픔도 말이다. ‘음지’ 가 있으면 ‘양지’ 가 있고, ‘내리막’ 이 있으면 ‘오르막’ 이 있다.

그래서 전도서 기자는 말한다. ”헐때가 있고 세울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때가 있으며…..! ”(전도서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