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인생, 세 발인생

우리동네에서는 우산을 짚고 뒤뚱뒤뚱 걷는 할머니를 종종 보게 된다. 처음에는 날씨가 흐려 미리 우산을 준비한 것이려니 생각했는데 날씨가 맑은 날에도 우산을 짚고 다녀서 살며시 의구심이 생겼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노인이 되어 지팡이를 의지해야 될 처지이지만 지팡이를 짚는 것이 창피해서 우산을 지팡이 대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노인이 의외로 많다. 정말 노인이 되어 지팡이를 짚는 것은 창피한일인가?

연세대 명예교수인 김○○교수는 금년 만으로 101세다. 아직까지는 지팡이를 사용하지 않지만 지금까지 선물받은 지팡이만 네개나 된단다. 90세 후반에 큰 아들이 하나, 그 후에 친구가 하나, 강원도 양구 지역에서 선물 한 것 하나, 그리고 100세가 되어 청와대에서 보내준 ‘청려장(靑藜杖)’ 까지 모두 네 개 라고 한다.

‘청려장’ 은 명아주과의 한해 살이 풀인 명아주의 대로 만든 지팡이인데 우리나라에선 통일신라 시대부터 장수한 노인에게 왕이 직접 청려장을 하사했다고 하며 조선시대에는 나이 50세가 되면 자식이 아버지에게 청려장(家杖: 가장)을 선물했고, 60세가 되면 마을에서 청려장(鄕杖:향장)을, 70세가 되면 나라에서 청려장(國杖:
국장)을, 80세가 되면 임금이 청려장(朝杖:조장)을 하사했다고 한다.

그 후 1992년 부터는 10월2일 ‘노인의 날’ 에 그 해 100세를 맞은 노인들에게 대통령 명의로 ‘청려장’ 을 선물했다고 하니 청려장은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장수지팡이요, 장수 노인의 상징이기도 한 셈이다.

‘본초강목’ 에는 ”청려장” 을 짚고 다니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 고 했고, 민간에서는 ”청려장이 신경통에 좋다” 고 하여 귀한 물건으로 취급하고 있다. 그러면 과연 노인이 되어 지팡이를 짚는 것이 창피한 것이냐는 것이다. 우리가 운동을 하다가 부상을 당하거나 문제가 생겨 다리를 수술하면 목발을 짚게 된다. 그렇다고 목발을 짚는 것을 아무도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갓난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네발로 기어 다닌다. 그러나 기어다닌다고 창피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나 그의 가족이 깔깔대며 웃고 응원을 한다. 그런데 노인이 되어 발에 힘이 없어 세발로 다니면 부끄러운 일이겠는가?

나이가 들어 노화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요,  하나님의 섭리아닌가! 늙으면 눈도 어두워지고, 귀도 어두워지며, 다리에 힘도 빠진다. 물론 꾸준히 운동을 하고 건강관리를 잘하면 노화를 늦출 수는 있다.

성경을 보면 출애굽의 지도자 모세는 물론 유다, 요나단, 발람, 엘리사, 아론 등도 지팡이를 사용했다. 사사기 6:21절에서는 여호와의 사자가 지팡이를 사용한 기록도 나온다. 지팡이는 노인의 상징이요 (슥8:4), 존경받고 공경 받으며 보살핌을 받을 대상이다(레19:32, 신28:50) 청년에게 ‘푸른지혜’ 가 있다면 노인에게는 ‘익은
지혜’ 가 있다. 인생은 네발인생으로 출발하여 두발인생으로 살다가 결국 세발인생으로 사는 것이 아닐까?

노인되는 것을 두려워 하거나 부끄러워 하지 말자. 지팡이 인생이 되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말자. 노인을 무시하거나 경시 하지 말자.

어쩌면 당신도 두발 인생에서 세발 인생으로 바뀔 수도 있을런지 모르니까 말이다. 노인은 존경받고 공경받을 대상이지 무시받거나 경시받을 대상이 아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노인들이시여, 흘러가는 세월앞에 움츠려 들지말고 당당하게 사십시오.  당신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