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성경필사를 마치고

예레미야에 등장하는 인물, 네리아의 아들 바룩은 예레미야가 하나님께 받은 예언의 말씀을 모두 받아썼다(렘36:1~19).

얼핏보면 단순히 ‘받아쓰기’ 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바룩이 그 말씀을 예레미야 대신 기록하고 그 메시지를 성전에서 선포한 것이다.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은 신약의 중요한 4복음서를 기록했다. 그중 누가복음을 기록한 누가는 누가복음과 함께 사도행전을 기록 했는데 직업이 의사인 누가는 복음의 핵심내용인 십자가와 부활을 의사의 시각에서 변증(辨證)한 아주 중요한 변증서이며 사도행전은 당시 중요한 인물인 데오빌로에게 쓴 역사서이다.

오늘날 우리 손에 들려 읽히고 있는 성경도 사본(寫本)의 역본(譯本)이지, 원본(原本)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원본을 보고 베껴 쓴 사본인 것이다.

나는 날마다 하나님을 체험하고 말씀을 영의 양식으로 삼기위해 4, 5년 전부터 성경을 쓰기 시작해 일주일 전에 네 번째 성경 필사를 마쳤다.

매일 일정한 분량을 정해 놓고 썼기에 세 번 필사를 마칠 때까지는 매번 14개월이면 신.구약 필사를 별 어려움 없이 잘 마쳤다. 그러나 네 번째는 달랐다. 여행과 행사 등으로 필사에 공백이 생겼고 똑같은 필사인데 이상하게 시간도 지체되고 노트 분량도 늘어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탄의 방해가 있었음을 실감했다. 더구나 백내장으로 눈이 침침하여 필사에 어려움도 많이 느꼈다.

존.번연은 영국국교회의 핍박으로 옥중생활을 할 때 성경을 집중적으로 읽고 그때의 그 영감으로 ‘천로역정’ 이라는 기독교 명작을 저술했고 ‘그리스도를 본받아’ 의 저자인 토마스 A. 캠피스는 그리스도를 본받기 위해 성경을 쓰기 시작해서 평생 네 번의 성경필사를 마치고 ‘그리스도를 본받아’ 라는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내심 성경필사 를 네 번쯤 하고나면 내 일생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나올 것으로 살짝 기대했다. 그러나 영적으로 우둔(愚鈍) 한 탓인지 그런 감(感)조차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실망하지는 않는다.

나는 성경쓰기를 앞으로도 일심(一心), 전심(全心), 지속(持續)할 것이며 나에게 주어진 30년 동안을 ‘오직’ 할 것이다. 지금은 백내장 수술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 갔으나 눈이 회복 되는대로 다시 시작할 것이다.

오직 일심, 전심, 지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