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장례문화

유대인의 장례문화는 어떠할까? 유대인의 장례문화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전(前) 건국대 히브리어 교수이며 현재 ‘이스라엘 문화원’  원장인 최명덕목사의 ‘유대학’ 강의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최명덕목사님은 현재 조치원교회를 담임하고 있고 건국대 사역하던 시절 만난적이 있는 목사님이다. 유대인의 전통에 따르면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귀한 선행은 장례를 돕는 일이라고 한다. 죽은 사람을 돕는 일은 보상을 바랄 수 없는 선행이기에 유대인들에게 가장 아름 다운 선행으로 기려진다. 죽은 사람에게 하는 선행은 보상을 전혀 바랄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을 운구(運柩)하는 일이나 시신을 땅에 묻는 선행을 그 중 으뜸으로 친다. 죽은 사람에 대한 일체의 장례 행사는 죽은 이가 속해 있는 유대공동체의 책임이다.

사람이 죽었을 경우 유대인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헤브라카디샤(Holy Brotherhood)’, 라고 불리우는 ‘장례위원회’ 를 조직하는 일이다. 우리 말로 직역하면 ‘거룩한 친구들’ 이라는 뜻이다. 전통적인 유대인의 장례식은 이 ‘헤브라카디샤’ 에 의하여 진행된다.

구약시대의 장례식은 고인의 직계 자손은 물론 그가 속해 있는 온 동네 사람들에 의하여 행하여졌다. 이 기간동안 동네의 모든 행사는 중단되었으며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이 장례식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마을의 규모가 커지며 온 동네 사람이 모두 장례식에 참여한다는 것은 사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장례식을 위하여
특별히 봉사하는 사람들이 구성되었다. 이 사람들을 가리켜 ‘헤브라카디샤(거룩한 친구들)’ 라고 불렀으며 일체의 장례 비용은 그들에 의하여 충당되었다.

유대인들은 마지막 임종의 순간에 임종자의 방을 떠나는 것은 그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임종의 순간이 다가오면 그의 방을 떠나지 않고 임종
을 지켜보므로써 그에 대한 최고의 경의를 표한다.

유대인들은 고인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그가 숨을 거둔 후 무덤에 묻히기까지 절대로 시신을 홀로 방치하지 않고 이 기간동안 계속하여 시편을 낭송
한다. 시신이 안치된 방에서는 고인에 대한 어떠한 부정적인 말이나 비판도 삼가한다. 고인에 대한 좋은 추억이나 그가 남긴 교훈 등 만이 화제의 대상이 된다. 유대인들은 갓 태어난 아기를 깨끗이 씻어 세상에 맞듯이 가는 사람도 깨끗이 씻어 세상을 떠나 보낸다.

이런 종교적 의식을 ‘타하라’라고 한다. 이 ‘타하라’ 의식은 우리나라의 장례문화와도 비슷하다.

유대인의 전통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죽으면 다 똑같은 수의(壽衣)를 입고 묻히도록 규정되어있다. 수의는 보통 무명, 아마(亞麻), 옥양목(玉洋木)을 그 재료로 사용한다. 그 중 하나를 고르되 무명보다 비싸면 안된다. 색깔은 완전히 흰색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는 순결과 품위를 상징한다. 이는 우리가 그대로 적용해도 무방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옛날에 무명옷, 아마옷, 옥양목 옷을 입었고 백의 민족(白衣民族)이라 하여 흰옷을 즐겨입었을 뿐만아니라 상복(喪服)으로도 실제로 입었었기 때문이다. 또한 흰색은 순결과 품위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신부의 웨딩 드레스도 흰색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자녀가 예수님의 신부로 흰색으로 단장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유대인들은 창세기3:19절에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하신 말씀대로 흙을 재료로 만들어진 인간은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들의 매장의 목적은 시신이 빨리 흙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이스라엘이나 유럽의 일부 유대인들은 관을 사용하지 않고 갈대로 엮은 들것 위에
시신을 뉘운채 그대로 매장한다. 관을 사용할때는 쇠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 못을 사용한다. 이는 빨리 흙으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어떤 유대인들은 관의 밑 바닥에 작은 구멍을 뚫어  시신이 빨리 흙으로 돌아가도록 한다. 장례식은 당일 장사지내는 것을 원칙으로하나 혹 멀리 살거나 여행중에 있는 친인척을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을 연장하기도 한다. 그들은 장례식 참여가 고인 에 대한 ‘경의’ 표현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장례식을 3일, 5일, 7일장 등으로 하며 고인의 지위가 높을 수록 장례식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으나, 유대인들은 시신을 장시간 묻지 않은 상태로 두는 것은 고인에 대한 불경으로 여긴다. 영혼은 이미 하나님께로 갔는데 육신(시신)을 오랫동안 붙잡아 두는 것은 고인에겐 모독이요, 유족에겐 부끄러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장을 할때는 조문객들이 관이 완전히 흙으로 덮히기 까지는 무덤을 떠나지  않는다. 관이 흙에 덮여 보이지 않게 되면 자유롭게 무덤을 떠날 수 있다. 비석(碑石)에는 시편이나 그 밖의 성구를 비문으로 사용한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고인이 된지 1년 안에 비석을 세우는 것이 관례이나 보통 30일 이내에 세운다.

유대법으로는 화장(火葬)은 법으로 금하여 반드시 매장해야 한다. 화장은 하나님의 뜻에 어긋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장한 사람에 대해서는 일체의
추모의식도 행하지 않으며 화장 후 남은 유골을 땅에 묻고자 할때 묘지 사용도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유대인의 장례문화는 유대교의 율법서인 탈무드의 가르침을 주로 따른 것이나 배울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된다.